![]() 서금숙 시집 나는 나를 오래 바라보았다
상상인 시인선 078 | 2025년 8월 12일 발간 | 정가 12,000원 | 128*205 | 160쪽 ISBN 979-11-7490-002-9(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등록번호 572-96-00959 | 등록일자 2019년 6월 25일 (06621)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74길 29, 904호 Tel. 02 747 1367, 010 7371 1871 |Fax. 02 747 1877 | E-mail. ssaangin@hanmail.net
서금숙 시인의 시집 『나는 나를 오래 바라보았다』는 일상성과 구체적 이미지, 사회적 감수성과 내면의 응시를 결합하여 ‘부풀어 오르는 서정’을 보여주는 시집이다. 이 서정은 감상적 감정이 아니라, 고통과 기억, 시간과 사랑을 천천히 구워내며 얻어진 숙성의 산물이며, 그 과정을 통해 시인은 자신과 세계를 다시 응시하는 ‘시적 윤리’를 완성해 나간다. 그의 시들은 정주와 유랑, 고정성과 움직임 사이에서 진동한다. 시인은 반복된 일상과 기억, 사랑과 고통에 깊숙이 몸을 담그는 동시에 그로부터의 이탈을 꿈꾼다. 그의 서정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빵이 부풀 듯 서서히 발효되는 내면의 시간 속에서 확장되는 존재 인식의 기록이다. 일상의 사물과 장소―빵, 도서관, 산책 등―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며, 자아를 응시하고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시적으로 그려낸다. 시집의 중심 이미지 중 하나는 ‘집’과 ‘담’이다. 이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자아의 안식처이자 기억의 저장고이며, 동시에 불안과 해체의 전조를 품고 있는 장소다. 「정독도서관」에서는 도서관이 감정의 정화와 자아의 정박지로 등장하며, 화자는 자신을 오래 응시하는 장소로 그곳을 찾는다. 그러나 「벽이 되어 버린 부인」과 「버려진 집」에 이르면, 집은 기억과 사랑의 흔적을 간직한 장소인 동시에 붕괴와 부재의 상징이 된다. 이 시들에서 집은 더 이상 안식의 공간이 아니라 균열과 공백, 해체의 장소로 나타난다. 「버려진 집」은 소유의 불가능성, 존재의 불안, 공동체의 해체를 상징하며, 시인은 이러한 부재의 구체성을 통해 더 깊은 정동의 층위를 이끌어낸다. 시집 전반에 등장하는 중요한 메타포는 ‘빵’이다. 빵은 서정의 숙성을 상징하며, 감정과 기억, 인간관계 그리고 시 창작의 과정을 은유한다. 「팬닝」에서는 빵 반죽이 감정의 무게와 시간의 흐름을 반영하는 이미지로 제시되며, 「브레첼」에서는 전쟁 속에서도 따뜻한 빵을 건네는 행위가 연민과 저항, 윤리적 실천으로 그려진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실을 암시하는 이 시에서 빵은 사랑과 공감, 인간성의 마지막 보루로 기능한다. 또한 「몸빵」에서는 시인이 자신을 ‘삼십 년 빵을 구운 사람’이라 칭하며, 시 쓰기의 고통과 인내를 발효와 숙성의 노동에 빗대어 보여준다. 여기서 ‘잘 익은 빵 같은 시’는 감정과 언어, 형식이 조화를 이루는 성숙한 시의 이상향이다. 이 시집은 정주의 욕망과 탈주의 충동, 기억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삶의 감정들을 발효시키는 서정의 궤적을 보여준다. 시인은 일상의 사소한 경험들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고, 자아의 변화와 성숙을 ‘숙성된 빵’이라는 이미지로 구현한다. “나는 나를 오래 바라보았다”는 말은 이 모든 내면적 숙성과 응시의 과정에서 도출되는 자기 인식의 결정이다. 고정된 정체성을 거부하고 변화하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이 시집은, 일상 속의 언어와 정서를 통해 끊임없이 성장하는 자아를 발견하는 실험의 장이자 시적 숙성의 기록이다.
빛 드문 창가, 토마토 한 상자 하루를 더 두면 네가 말랑해질까 봐 나는 말이 많아질까 봐 물러지기 전에 상처 나기 전에 토마토를 조심스레 꺼낸다 초록이 익어가는 말들을 비로소 듣는다
[저자 약력] 서금숙 2019년 시문학 등단 2017년 부천신인문학상 시부문 수상 시집 나는 나를 오래 바라보았다 부천여성문학회 회장 역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콘텐츠학과 문학석사 부천문인협회, 현대시인협회 회원 sks11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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