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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권 순 시집 <벌의 별행본> 발간 소식- 도서출판 상상인

2023.10.16


 

벌의 별행본

 

권 순 시집

상상인 시인선 041 | 20231013일 발간 | 정가 10,000

규격 128*205 | 134| ISBN 979-11-93093-17-7(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06621)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7429, 904

등록번호 제5729600959| 등록일자 2019625

 

Tel. 02 747 1367, 010 7371 1871 |Fax. 02 747 1877 | E-mail. ssaang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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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 시인의 시에서 끝은 다른 곳에 닿기 위한 사유와 감각의 최소 조건이다. 낮이 끝나고 텅 빈 놀이터에서 발견하는 것은 시간의 잔해가 아니라,
축적된 시간의 한때이며, 지금 없는 것들도 지금 우리에게 “온기 가득한 눈길”을 되돌려 준다. 그 눈길이 먼 곳, 아이들, 연약한 이들, 죽어가는 이들에게
닿아 지금-현재를 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하는 “분홍”의 시간을 만든다(「오래된 얼굴」). 그 시간은 낮은 것들의 편에 서서 작은 것들을 수습하며,
그 작은 것들이 품고 있는 연약함과 같은 거대한 공통성으로 우리의 팍팍한 존재감에 숨을 불어넣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것은 저기 먼 곳에 있는 이들의 삶까지 이어진다. 

 

시인은 그 눈길을 품고 낮은 쪽으로 기울어 간다. 스스로 시작을 품고 있는 시인은 제시간의 끝에서 발을 딛고 시간을 뻗어 먼 곳에 닿으려 한다. - 정기석(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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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내려앉은 
낯선 새가
한때 고요했던 순간을 
말갛게 접어두고 
간다
2023년 10월

 

권순

시집 속의 시 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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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귤은 돌이 되려 한다

마르고 쪼그라들더니
작고 단단한 돌이 되고 있다 
온화하던 빛깔과 새콤함은 
이제 상상만으로 음미해야 한다

몇 날은 수척해지는 데 몰두했고 
들고 나는 숨을 닫아버리더니 
딱딱하게 굳어져 갔다
염탐하듯 눌러보는 내 손가락을 밀어냈다

저 돌은 점이 되려 한다
물체에서 극단의 한 점으로 

빛깔을 놓아주고 
제 속으로 파고들어 
긴 고통의 끝점으로 가려 한다

침묵 같은 단단함으로
빛깔과 향기를 속에 가두고 
더는 호흡하지 않는다 

아주 고요한 
처음이 되고 있다 



그해 여름은 

목백일홍이 붉게 타오르고
지렁이는 구부러진 죽음을 길 위에 남겼다 

솟아오른 것들은 불덩이가 되어 위쪽으로 끓어올랐고 태양은 늦도록 붉은 울음을 풀어 놓았다 사람들은 
밀려가듯 걸었고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새의 부리들만 틈을 비집고 떠다녔다 무성한 소문은 때도 없이 
손을 흔들었고 불안은 우리를 구석으로 밀어넣었다 

소문처럼 자라난 웃음을 따라 몸통이 부풀어 올랐다 국경을 떠돌던 돌림병의 소문은 날개를 숨긴 채 경계를 

 

넘었고 익명으로 꿈을 꾸던 사람들조차 조바심으로 들썩였다 그해 감추어진 얼굴들이 비대면으로 늙어 갔다.

 

저자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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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순

2014년 『리토피아』 등단. 
시집 『사과밭에서 그가 온다』 『벌의 별행본』
제2회 <아라작품상> 수상.

이메일: block5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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