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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숙 시집 <한 줄 문장으로 떠오르는 얼굴> 심경숙 시집 한 줄 문장으로 떠오르는 얼굴 상상인 시인선 081 | 2025년 9월 1일 발간 | 정가 12,000원 | 128*205 | 160쪽 ISBN 979-11-7490-005-0(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06621)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74길 29, 904호 Tel. 02 747 1367, 010 7371 1871 |Fax. 02 747 1877 | E-mail. ssaangin@hanmail.net * 이 도서는 2025년 강원특별자치도, 강원문화재단 후원으로 발간되었습니다.
심경숙의 시집 『한 줄 문장으로 떠오르는 얼굴』은 제목 그대로 “한 줄”의 문장이 “얼굴”을 떠오르게 만드는 경험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그 한 줄은 단정하고 담백하며, 무엇보다 장소와 단단히 맞물려 있다. 시인은 절집, 강나루, 터미널, 산사, 밭두렁 같은 구체적 장소의 공기와 빛, 소리의 결을 받아 적는다. 이곳에서 감정은 과장되거나 격앙되지 않는다. 오히려 생활의 리듬, 기도의 호흡, 농삿일의 땀이 낳는 정서적 안정이 우리를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장소를 사랑하는 마음, 즉 포토필리아가 시집 전체의 지형을 이룬다. 이 시집의 첫인상은 고유명사가 그려내는 지리적 구체성이다. 수타사, 청평사, 봉정암, 오미 나루, 홍천버스터미널, “공지천 ‘사이로 248’ 출렁다리” 등 지명은 배경이 아니라 주체를 형성하고 길들이는 힘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농부와 시인」에서 같은 이름의 카페는 “꽃향기 커피 향처럼/농부가 되고 시인이 된” 작은 터전이다. 여기서 시 쓰기는 고상한 직능이 아니라 삶의 향을 우려내는 노동과 맞닿는다. 장소애가 직업윤리이자 생활철학으로 확장되는 대목이다. 장소는 종종 기억의 문이 된다. 「홍천버스터미널」의 차가운 의자, 서릿발 바람, “출발과 경유지와 도착지가/서로 다른” 안내문들은 기다림의 정서를 환기한다. 이곳에서 시간은 달력의 시간이 아니라 몸의 온도로 측정된다. “차디찬 의자”는 “또 다른 시간을 기다린다.” 기다림은 고통이 아니라 관계의 윤리를 복원하는 장치다. 「오미 나루」의 나룻길은 “어머니 소리 사라지듯/다시 울지 않는다”는 사라짐의 문장으로 각인된다. 강 너머로 건너던 뱃길의 기억은 물소리와 바람의 촉으로만 남는다. 건너감은 곧 이별의 인식이며, 되돌아올 수 없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다. 이 시집에서 가장 깊은 심연은 어머니를 둘러싼 기억의 층위다. 「어머니」는 “엄마, 부르면/산 너머 메아리로 사라집니다”라고 한다. 울부짖음이 아니라 메아리로 남는 소환의 실패가 더 큰 사랑의 크기를 가늠하게 한다. 「깻잎 사랑」에서 시인은 “깻잎의 내림 사랑”을 아이들에게 얹어 준다. 재료, 손질, 절임, 양념의 순서를 따라가는 부엌의 시간이 곧 어머니로부터 받은 사랑의 전승이다. 이 시집의 시들은 쓸쓸하면서도 슬픈 소재로 감정을 고조시키지 않는다. 그보다는 전체적인 시적 정조가 대개 기도·묵상·노동의 리듬 속에서 가라앉는다. 「수타사의 겨울」의 “동안거 참선 중이다”라는 종결은 감정의 파고를 잠재우는 수행의 종지부다. 「바람이 머문 자리」에서 시인은 쓰러진 벼 이삭을 보며 “상처 아닌 상처”라고 말한다. 자연의 상처를 과장하지 않고, 삶의 무게로 공감한다. 이 시집의 표제작인 「둥지 튼 슬픔」에서 슬픔은 “깃털을 가진 문장”이 되어 새집에 둥지 튼다. 슬픔을 제거하지 않고, 거처를 마련해 공존한다. 이 ‘공존의 미학’이야말로 이 시집이 지향하는 안정의 핵심이다. 『한 줄 문장으로 떠오르는 얼굴』은 장소애와 기억, 어머니의 사랑, 소박한 생활윤리가 고요한 파장으로 겹쳐지는 시집이다. 시인은 감정을 끌어올리는 대신, 감정을 잘 놓아둘 자리를 마련한다. 절집의 풍경, 강의 물결, 출렁다리, 밭두렁, 카페 등의 장소들은 슬픔과 기쁨을 과장 없이 정착시키는 영토이다. 그 영토 안에서 우리는 “둥지 튼 슬픔”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소금꽃”의 염도로 하루를 맛본다. 이 시집이 보여주는 것은 거창한 사유를 통한 깨달음이나 위안이 아니라 생활의 온도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적막이 풍경소리로 운다는 것을 알아차릴 만큼의 감각과 숨을 간직하는 일. 그 일의 언어가 바로 심경숙의 담백한 문장으로 재탄생된 것이다. 이 시집 속의 한 줄의 문장이, 오늘 우리에게도 누군가의 얼굴을 조용히 떠오르게 한다.
밭고랑을 따라 걷다 흙 위에 문장을 눕혔습니다 농사를 짓는 사계절의 마음이 손끝으로 흘러들었습니다 어느 순간 감정의 신이 다녀갑니다 들꽃처럼 피어났다가 떨어지고 마른 꽃잎 되어 바스러진 자리마다 또 다른 언어가 살아났습니다 가을빛에 물든 붉은 고추를 따다가 맺힌 땀방울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2025년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심경숙
[저자 약력] 심경숙 강원 홍천 출생 대한 문학세계 시부문 등단 시집 한 줄 문장으로 떠오르는 얼굴 강원, 춘천, 홍천문인협회원 여성문인협회 회원 한림대 평생교육원 시창작반 서울지하철 시 공모전 수상(2020, 2024) simks87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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