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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인 시선 066 | 2025년 10월 24일 발간 | 정가 12,000원 | 128*205 | 142쪽 ISBN 979-11-7490-018-0(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등록번호 572-96-00959 | 등록일자 2019년 6월 25일 (06621)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74길 29, 904호 Tel. 02 747 1367, 010 7371 1871 |Fax. 02 747 1877 | E-mail. ssaangin@hanmail.net [시집 소개] 해야 시인의 시는 달과 바람, 산과 별, 꽃과 어둠이 서로를 부르며 길을 열어주는 동안, 화자는 그 길을 따라 “나”에게 돌아온다. 문명의 어휘를 가급적 배제한 채, 최소한의 단어로 정서와 사유를 응축하는 극도의 언어 절제미가 이번 시집의 미학적 핵심이다. 이 절제는 표현의 빈곤이 아니라 의미의 압축이다. 해야는 말수를 줄여 울림을 넓히고, 서사를 덜어 경계를 지운다. 그래서 독자는 한 편의 시를 읽고 나면 설명이 아니라 체험, 관념이 아니라 기척을 얻는다. 표제작이기도 한 「지음知音 1」은 이 시집의 정조를 맑게 울려 들려준다. “달이/떴어./네가/왔어.”에서 보듯 행과 행 사이의 여백은 호흡의 길이며 기다림의 틈이다. 달빛과 눈빛, 하늘과 가슴이 겹쳐지는 순간, 타인은 대상이 아니라 조응의 장이 된다. 자연에서 길을 찾기란 바로 이런 상호 울림의 사건이다. 기다림의 끝이 “달이었어./하늘이었어.”로 귀결될 때,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비움의 형식, 붙잡음이 아니라 맞아들임의 방식으로 다시 정의된다. 산과 별의 연작은 이런 시상을 확장한다. 「산 2」에서 산의 무게는 ‘더함’과 ‘내림’을 동시에 수행한다. “무게를 더해 주는/산의 무게./무게를 내려 주는/초록의 무게.” 자연은 삶의 짐을 떠맡아주는 대신, 그 짐을 감각하게 해 주는 스승이다. 이어지는 「산 6」에서는 “세상이 나를 훔쳐 갈까 봐” 산으로 도피하는 마음을 산이 되돌려 세운다. “산을 네게 두고 살아 봐.”라는 권유는 소유의 방향을 전환한다. 산을 점유하는 것이 아니라 산을 내면에 두는 일, 즉 소유를 비워 찾게 되는 존재의 전환이다. 잃어버린 정체성의 회복은 외부의 탈취를 막는 요새에서 오지 않고, 내부의 공간을 비워 타자와 세계가 거주하게 하는 환대에서 온다. 이 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언어의 경제성이다. 「나 1」에서 명함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시인은 세칭과 행세를 벗기고 존재의 속살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새로운 화려한 어휘가 아니라, 덜 말하는 용기다. 「사랑 5」는 사랑을 둘로 쪼개는 논리를 단 한 줄로 무력화한다. “빛은 빛이라서/그림자가 없다.” 빛과 그림자, 둘인가 하나인가를 캐묻는 대신, 존재가 자기 이유로 충분하다는 점을 시인은 응시하고 있다. 결론을 과시하지 않고, 독자 속에서 결론이 자라도록 빈자리를 남겨두는 문장. 이 절제가 바로 해야의 미학이다. 꽃의 연작은 그 미학이 어떻게 치유의 감각으로 번역되는지를 보여준다. 「꽃 1」에서 “앓고 나면/꽃이 보였다.”는 구절은 고통의 통과 없이 섬세한 인식이 도달하지 않음을 말한다. 상처를 부정하는 대신 상처의 빛을 감각할 때 사물은 제 존재를 드러낸다. 「꽃 5」는 “혼자서 피고/혼자서 져도/외롭지 않다.”고 말한다. 시집 곳곳에서 자연은 비유의 재료가 아니라 생각의 문법을 바꾸는 교사다. 이를 통해 시인은 최단의 어휘로 최장의 관계망을 켠다. 그래서 독자는 문장을 따라가다 어느 순간 문장 밖의 풍경을 본다. 별빛이 아니라 ‘별빛이어서’ 가능한 시선, 꽃이 아니라 ‘꽃이어서’ 가능한 숨결, 바로 이것이 해야 시인이 자연으로부터 배운 문법이다. 해야의 시집 『달이 떴어』는 자연에서 길을 찾기 위한 기도문이자, 자연과의 조응을 통한 진정한 자아의 회복 기록이다. 시인은 문명의 말로 세계를 규정하지 않고, 세계의 고요로 말을 비운다. 소유를 비워 찾게 되는 존재, 잃어버린 정체성의 회복은 그 비움의 용기에서 시작된다. 달과 산, 별과 꽃, 바람과 어둠이 차례로 말을 건네는 동안, 우리의 언어도 느리게, 적게 그러나 더 깊게 움직인다. [시인의 말] 청춘의 묵시록 - 바라나니
내 이 한 편의 작은 시가 그대들 어둠을 거두어 줄 수 있다면 그대들 가는 길 밝혀 줄 수 있다면. 어둠 속 하늘의 별이 되어 그대들 눈동자에 빛이 될 수 있다면. 잠 못 드는 밤하늘 달빛이 되어 그대들 가슴 따사로운 벗이 될 수 있다면.
내 이 한 편의 작은 시가 일렁이는 젊음의 푸르른 가슴 붉은 심장에 한 덩이 단단한 무쇳덩이가 될 수 있다면. 굵은 피 흐르는 핏줄일 수 있다면. 그리고 발걸음 망설이는 눈빛에 결단의 한 자루 칼날일 수 있다면.
내 이 한 편의 작은 시가 그대들 싱그럽고 싱싱한 팔다리에 굳세고 탄성 좋은 근육질이 될 수 있다면 뛰노는 바다 물결일 수 있다면. 하늘 향해 날아오르는 활주로일 수 있다면 튼튼하고 곧은 동아줄일 수 있다면 날개일 수 있다면.
그리고 내 이 한 편의 작은 시가 그대들 젊음의 꽃밭에 피어나는 곱고도 뜨거운 노래의 메아리가 될 수 있다면. 가쁘고 벅찬 숨소리의 쉼터일 수 있다면 샘물일 수 있다면.
그대들 삶 겹고 고픈 식탁에 더운 김 오르는 한 사발 국밥이라도 힘내라! 한 대접 고봉 막걸리라도. 한 잔의 따뜻한 커피라도 될 수 있다면.
[저자 약력] 1973년 『현대문학』 12월호. 2회 완료 추천. 추천인: 서정주. 조병화. 신석초. 시집 『달이 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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