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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순 시집 어떤 고요 상상인 시인선 099 | 2026년 1월 30일 발간 | 정가 12,000원 | 128*200 | 176쪽 ISBN 979-11-7490-043-2(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등록번호 572-96-00959 | 등록일자 2019년 6월 25일 (06621)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74길 29, 904호 Tel. 02 747 1367, 010 7371 1871 |Fax. 02 747 1877 | E-mail. ssaangin@hanmail.net [시집 소개] 황정순의 시집 『어떤 고요』의 시들은 존재론적 상실과 그로 인한 슬픔을 ‘고요’라는 독특한 여과기를 통해 걸러내고 치유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인간의 삶을 본질적으로 상실의 연쇄로 규정한 시인은, 피할 수 없는 이별과 부재의 감각을 감정의 과잉으로 터뜨리는 대신 닳아 해진 자리를 다시 꿰매는 ‘봉합의 수틀’로서의 고요를 제시한다. 여기서 고요는 단순히 소리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격렬한 파동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침전물이자 슬픔이 흩어지지 않게 다시 이어 붙이는 생활의 기술로 작동한다. 이 시집의 기본 정서는 상실에서 비롯된 그리움이다. 그러나 그리움은 과거에 붙박인 회상이 아니라 현재를 지탱하는 힘으로 살아 움직인다. 황정순은 오래된 사물과 장소에서 타인의 생과 슬픔의 내력을 읽어내며, 그 내력이 현재의 감각을 흔들 때 고요를 통로로 세운다. 「밥 통신」과 같은 작품에서 확인되듯, 시인에게 그리움은 거창한 위로이기보다는 밥을 묻고 답하는 일상의 의례를 통해 등을 맞대는 ‘한 채의 집’이 된다. 상실의 고통이 몸의 전압을 낮추고 발목을 붙잡는 뻘처럼 육체적 통증으로 다가올 때도, 시인은 하얀 무를 썰어 밥상을 차리는 낮은 행위를 통해 저문 날들과 나란히 앉아 저녁을 먹으며 그 시간을 견뎌낸다. 특히 태백과 고한 등 폐광촌의 풍경을 빌려 묘사한 삶의 지층은 떠남과 도착이 교차하는 생의 어긋남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말꼬리가 잘리는 터널과 엇갈리는 상하행선 열차는 상실의 불안정한 물리적 실체를 드러내지만, 시인은 그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날’의 기미를 놓치지 않는다. 기억의 매캐한 연기가 단풍처럼 붉게 타오르는 순간을 포착하며, 상처가 다시 뜨거워지는 지점을 정확히 기록함으로써 치유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또한, 이 모든 시적 사유를 관통하는 발성은 낮고도 간절한 목소리다. 황정순의 시는 크게 울려 설득하기보다 낮게 오래 남는다. 「해바라기」가 해바라기를 ‘보는 꽃’이 아니라 ‘듣는 꽃’으로 바꾸어 놓는 순간, 시는 세계와 맞서는 방식 자체를 바꾼다. “귓속 걸어 들자 비로소 들린다”는 문장은 간절함이 외침이 아니라 듣기의 깊이에서 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 낮음이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장면이 「정암사에 들어」다. 향, 오체투지, 범종의 잔향, “말이 없”는 주목, 울지 못하는 마노 같은 이미지들은 간절함이 쉽게 결말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직하게 드러낸다. 고요는 무감각이 아니라, 다시 지필 수 있을지 묻는 마음의 자세로 남는다. 이렇게 황정순 시인의 시적 태도는 낮고 간절하며 오래가는 목소리로 귀결된다. 해바라기를 통해 상처 난 땅의 기척에 귀를 기울이고, 오체투지의 자세로 무릎을 앓으며 가장 낮은 곳에서 적멸의 고요에 도달하려 애쓴다. 이 시집이 도달한 고요는 슬픔을 지워버린 평정이 아니라, 슬픔을 품은 채로도 살아갈 수 있는 형식을 마련한 결과물이다. 오늘도 강을 건너지 못했다는 정직한 고백 끝에 다시 밥을 안치는 시인의 행보는, 잘 마른 기억으로 삶을 손질하며 고요한 집 한 채를 지어 올리는 숭고한 애도의 과정을 증명하고 있다. 상실과 슬픔은 어디로 가는가. 이 시집이 내놓는 대답은 분명하다. 그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신 고요라는 형식 안으로 옮겨가, 더는 폭발하지 않는 방식으로 오래 남는다. 이 시집 『어떤 고요』에서의 고요는 도착점이 아니다. 상실을 견디기 위해 임시로 마련되는 집이며, 그 집 안에서도 그리움은 계속 움직인다. 시인은 “잘 마르는 기억”을 희망한다. 그것은 잊음이 아니라, 젖어 있더라도 썩지 않게 말리는 일이다. 황정순 시인의 『어떤 고요』는 그 형식을 고요라는 이름으로 정련해, 독자의 손바닥에도 조용히 얹어 놓는다. [시인의 말] 쓸쓸하고 아름다웠던 생 칸칸이 다른 빛깔의 내가 있다 드문 햇빛과 그늘과 측은함이 배어 있는 빛깔들이 이제 겨울빛처럼 옅어지고 흐려진 채 또 간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내놓는 시의 언어들은 음지의 마른풀 같으나 서걱거리며 기대온 나인 것들이며 나의 빛깔을 내는 통로와 흔적일 것이니 섣부르게 떠나보내는 울퉁불퉁한 삶의 편린들이 어느 외진 구석에 내려앉아 글썽거리지나 않을지 오래 나를 견뎌 준 내 편들은 가슴으로 맞아 줄까 다시 빈 시의 곳간을 서성인다 달리 갈 길이 없다 나에게 온기와 햇빛인 가족과 더없는 사랑을 주신 그리운 부모님께 시집을 바친다 2026년 1월 찬 샘물 같은 겨울날 황정순
황정순 경북 영주 출생 현대시문학 등단 제2회 교과서 관련 수필 공모 동상 수상 제7회 수주문학상 우수상 수상 시집 『어떤 고요』 bookim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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