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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 시집 샌안토니오, 그 여름 상상인 시인선 102 | 2026년 4월 21일 발간 | 정가 12,000원 | 128*205 | 160쪽 ISBN 979-11-7490-048-7(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등록번호 572-96-00959 | 등록일자 2019년 6월 25일 (06621)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74길 29, 904호 Tel. 02 747 1367, 010 7371 1871 |Fax. 02 747 1877 | E-mail. ssaangin@hanmail.net
단정 시인의 『샌안토니오, 그 여름』은 여행의 경로를 따라 쓴 시집이지만, 이 책의 진짜 목적지는 지도 위의 도시들이라기보다 그곳이 시인과 독자들의 마음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지점이다. 시인은 여행지를 눈으로만 훑고 지나가지 않는다. 이 시집의 가장 두드러진 미덕은 장소를 정서로 번역하는 능력이다. 호이안의 새벽은 그저 이국적인 풍경으로 머물지 않고 “가장 그리운 아침”으로 바뀌며, 빅토리아항의 야경은 곧장 서울의 골목과 정동 성당의 등불을 불러낸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이 시집 안의 시들이 풍경만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감각의 밀도다. 이 시집에는 향신료 냄새, 커피 향, 비의 온도, 빵 냄새, 레몬그라스와 고추 냄새, 라임과 와인과 살사의 빛이 끊임없이 흐른다. 시인은 장소를 설명하는 대신 맛과 냄새와 색채를 불러내어 독자를 그 자리로 데려간다. 그 감각들은 『샌안토니오, 그 여름』은 여행을 기록한 시집이면서, 삶이 낯선 곳에서 어떻게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지를 보여주는 시집이다. 멀리 떠났기에 더 선명해지는 고향의 빛, 타인의 일상에서 문득 발견하는 내 삶의 그림자, 스쳐 지나간 자리에서 오래 남는 사람의 온기까지,
시인의 말 한 권에 담는다
길 위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 그리고 나 자신을 담은 작은 기록들이다
이 시집이 읽는 이의 마음에도 작게나마 흔적을 남기고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하는 작은 여정이 되기를
2026년 4월 단정丹精 가순옥
시집 속으로 붕 떠오른다 일상은 천천히 물러간다 -「한 페이지의 시간」 부분
물안개가 무릎까지 차오른 강가 노란 벽을 등진 소원배들이 강과 강변을 촘촘히 메운다 -「아침의 투본강」 부분
달빛이 길 끝에 매달려 닿지 못한 아침이
문득 가장 그리운 아침이 된다 -「노란 랜턴 핀 호이안 길」 부분
그 문 앞에서 나는 끝내 한 발도 들이지 못한 채 그림자 속에서만 사원의 벽을 더듬는다 -「사원의 시원」 부분
서서히 흐려지는 시간들을 놓아주듯 이 낯선 거리를 걸어간다 -「길 위에서 암스테르담」 부분
아이의 털모자 방울이 달랑달랑 웃음이 흩어질 때 고요한 호수 위로 별이 총총 떠오른다 -「알프스 호수의 하루」 부분
한참을 서 있는 사이 나를 입은 그림자가 서울을 향한다 -「빅토리아항에서」 부분
지구는 둥글다 타르트처럼 천천히 조용히 도는 이 땅 위에서 떠나는 마음도 돌아오는 마음도 어느새 하나가 된다 -「노을 타르트」 부분
지도 위를 걷는 여행자에게 한 끼는 오늘을 통과하는 작은 의식 -「비행기 아래 팟타이」 부분
비안개 사이로 네온이 젖은 길을 흐르고 오토바이 떼가 그림자를 밀어낸다
붉은 치맛자락 하나 아오자이 허리선을 스치고 -「5.8%의 밤」 부분
떠날 때 남는 건 풍경이 아니었어 겹쳐진 그림자를 비치는 거울이었어 -「하카다의 그림자」 부분
가슴 한켠이 저리도록 환하게 빛나는 이곳 말을 꺼내려는 순간 홍등이 한 번 흔들리고 -「지우펀 홍등 아래서」 부분
모히토의 거품처럼 작고 차갑고 덧없어 사라지는 빛으로 -「모히토의 초록」 부분
잿빛 모루 정원에 비가 내려앉고 주홍빛은 스러져 하늘은 텅 비었다 -「포르투의 비」 부분
공기 속에는 느린 삼박자가 번지고 돌길은 낮의 온기를 아직 품은 채 시간을 얇게 펴 바르고 있었다 -「푸른 도나우 저녁에」 부분
그 여름 이 모든 것이 손가락 사이로 빨갛게 피었다 -「샌안토니오, 그 여름」 부분
언덕 위 녹슨 십자가가 비바람에 희미하게 빛날 때 나는 낙엽송 가지를 모아 비파 줄을 뜯는다 -「비파 줄을 뜯는 이방인」 부분
광장의 돌바닥 위 녹지 않은 눈송이 하나가 불빛 속에서 천천히 몸을 뒤집는다 -「녹지 않는 기도」 부분
부르지 않은 이름 아래 물이 고인다 기도는 아직 언어가 되지 않았다 -「적도제*의 밤」 부분
강가의 루프탑에 올라서자 바람이 가볍게 스쳤다. 검은 기와와 비켜선 구름 사이로 별빛이 조용히 내려앉고 있었다
그곳에서 문득 알 것 같았다. 빛은 어둠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작지만 끝까지 사라지지 않는 방식으로. -「호이안의 밤」 부분
사람들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게 되었다. 길가에서 나를 스치는 이들의 눈빛에는, 예술이 있었고 낭만이 있었고,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여유가 담겨 있었다. 그들은 시간을 붙잡으려 하지 않았고, 다만 그 안에서 함께 걷고 있는 듯 보였다. 이제 나는 안다. 여유란, 달리는 것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달리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라는 것을. 그 바라봄 속에서, 비로소 내 발걸음이 내 것이 되는 순간이 온다. -「빈, 종소리가 멈춘 자리」 부분
차례
한 페이지의 시간/ 이륙/ 정원의 아침/ 아침의 투본강/ 노란 랜턴 핀 호이안 길/ 사원의 시원/ 나는 다만 지나가는 사람/ 안개를 다녀간 흔적/ 길 위에서 암스테르담/ 피카/ 뜨거운 태양과 아이스 커피/ 알프스 호수의 하루/ 휘핑크림 아래의 시간/ 오늘 아침의 인사는 노란색입니다/ 오렌지빛 숙소/ 빅토리아항에서
2부 넝쿨장미는 여전히 구름의 흐름을 따르고
쏨탐/ 노을 타르트/ 비행기 아래 팟타이/ 코쿤카/ 플루메리아 향 속에서/ 5.8%의 밤/ 하카다의 그림자/ 노을의 잔/ 잔 속 라임처럼/ 팔천 킬로미터의 집밥/ 식탁 위 지중해/ 돈 조반니의 도시에서/ 콜로안의 오후를 걷다/ 지우펀 홍등 아래서/ 바다의 노래, 리스본의 눈물/ 스펀의 하늘
3부 누군가 아직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처럼
붉은 성/ 라임나무 아래 오스틴의 밤/ 유후인행 기차 안에서/ 라임을 여는 봄/ 잠들지 않는 마카오의 밤/ 교차로의 나비/ 모히토의 초록/ 부다페스트 가는 길/ 택시 창밖처럼/ 강변의 신발들/ 기억은 소리 없이 달린다/ 포르투의 비/ 국경을 넘지 못한 꽃/ 와이탄에 비가 내리면/ 비 오는 람블라스/ 비의 이중주/ 푸른 도나우 저녁에/ 베레모와 덧니
4부 하나둘 사라지는 붉은 지붕들
마티니의 밤/ 샌안토니오, 그 여름/ 레몬그라스와 고추 냄새/ 잠깐의 귀향/ 물꽃 토네이도/ 비파 줄을 뜯는 이방인/ 녹지 않는 기도/ 누가 내 이름을 불러 주었으면/ 환승/ 정지된 풍경 속에서/ 저녁의 기도/ 적도제의 밤/ 스웨덴의 햇살/ 리스본의 시간/ 토카이/ 료칸의 밤/ 잔 속으로 내리다
짧은 여행서
호이안의 밤 체스키크룸로프의 아이러니 빈, 종소리가 멈춘 자리
저자 약력
독일 파라셀수스 크랑켄하우스 3년 근무 서울시 공무원 33년 근무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수료 『문학의 강』 수필 등단 (2017년) 시집 『샌안토니오, 그 여름』 (2026년)
kasoonok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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