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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김용두 시집 <나도 누군가와 교신 중이다> -도서출판 상상인-

2025.11.18

 




김용두 시집 나도 누군가와 교신 중이다

  

상상인 시인선 091 | 2025년 10월 27일 발간 | 정가 12,000원 | 128*205 | 138쪽 

ISBN 979-11-7490-020-3(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등록번호 572-96-00959 | 등록일자 2019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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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소개]

김용두 시인의 『나도 누군가와 교신 중이다』, 이 시집은 식물성 상상력과 우주적 사유가 서로를 증폭시키며 일상의 감각을 새로운 언어로 번역하는 시집이다. 예컨대 이 시집의 첫 번째 작품 「부부」에서 화자는 “세상에 떨어진 행성”으로 태어나고, 사랑은 인력의 법칙으로 설명된다. 위성처럼 서로의 궤도를 맞추는 장면은 ‘사람과 사람 사이 우주가 있다’는 명제를 감각적으로 입증한다. 이 우주는 추상적 비유가 아니라 생물·광물·기상에 걸친 물질적 체험으로 채워진다. 

「나무 1」에서 나무는 “햇빛을 폭식하는 거대한 블랙홀”이자 산소를 트림하는 생명 공장으로 묘사되고, 「나도 누군가와 교신 중이다」는 바람 속 신호음, 초록의 사체, 궤도 이탈의 불안으로 존재의 통신망을 그린다. 그의 시집의 시들에서 식물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사유의 주체다. 연리지의 공존, 「자폐증 앓는 나무」의 닫힌 문, 「잡초」의 낮은 목소리는 뿌리의 인내, 광합성의 집중, 번식의 끈기를 삶의 지혜로 치환한다. 그래서 사랑은 선언이 아니라 버팀의 기술이며, 이 시집에서 사랑은 끝내 ‘견디는 것’과 동의어가 된다. 「단풍 든 나무들에게」의 자학적 성자聖者 이미지, 「벚꽃 피면」의 해탈과 설법, 「순간의 꽃」의 약속 갱신은 모두 견딘 시간이 꽃으로 재창조되는 변환의 장면들이다. 
자연에서 배운 사유가 가장 날카로울 때, 시는 문명의 그림자를 주저 없이 호출한다. 「폐플라스틱」의 ‘죽었으나 사라질 수 없는 몸’은 흔해 빠진 환경 레토릭을 넘어 생·사·소멸의 교란으로 다가오고, 「그늘」은 뉴스와 욕망을 흡수하다 귀를 잘라 바람에 날려 보내는 나무의 과잉감각을 통해, 정보의 시대에 지각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를 응시한다. 
그럼에도 이 시집은 절망이 아니라 변형의 시간에 헌신한다. 「모과나무」의 혹과 흉터, 산통과 탯줄, 중력과 낙하의 연쇄는 통증을 통과한 뒤에야 얻는 향기의 근원을 밝히고, 「갈대」는 본체 대신 ‘아바타’를 보내 미지를 탐험하는 방식으로 상처를 우회한다. 「순천만에서」에서 하늘·땅·물·바람의 조합이 비파 소리 같은 산고로 변주될 때, 우리는 이 시집이 궁극적으로 ‘공생의 코스모스’를 지향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주적 사유가 인간을 소멸시키지 않고 인간을 다시-식물로, 다시-흙으로, 다시-빛으로 연결하는 회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시집의 가장 큰 미덕은 우주적 상상력과 구체적 관찰이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다. 시인은 나무를 블랙홀에, 갈대를 아바타에, 모과를 유성에 비유하지만, 그 비유들은 허공에 뜬 것이 아니라 식물에 대한 세밀한 관찰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모습, 모과가 익어가는 과정, 단풍이 드는 변화, 벚꽃이 피는 순간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가 우주적 사유로 도약한다. 이것이 진정한 식물성 상상력이다. 식물처럼 한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세계를 관찰하되, 그 사유는 우주 끝까지 뻗어나가는 것.
『나도 누군가와 교신 중이다』는 결국 소통에 관한 시집이다. 나무는 땅과 교신하고, 시인은 나무와 교신하고, 우리는 서로와 교신한다. 그 교신은 때로 실패하고(「자폐증 앓는 나무」), 때로 무시당하지만(「잡초」),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신호를 보낸다. “휘-익 휙, 신호음을 내며” 우리는 교신을 멈추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이 광활한 우주에 홀로 떨어진 존재들이고, 교신만이 우리를 고독에서 구원하기 때문이다. 김용두 시인은 나무와 풀, 꽃과 갈대를 통해 이 근원적 진실을 발견했고, 그것을 우주적 언어로 노래한다. 이 시집을 읽는 것은, 나무 한 그루가 품은 우주를 발견하는 일이자, 우리 안의 우주를 깨닫는 일이다.

 

[시인의 말]

어차피 생은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 아니던가

설익은 것들이
세상에서
잘 익어 가길 바란다


2025년 가을

김용두

 

[저자 약력]

김용두


2013년 󰡔시문학󰡕 등단 
시집 󰡔나도 누군가와 교신 중이다󰡕
공저 시집 󰡔동강󰡕 󰡔느티나무 엽서를 받다󰡕 등 
<시마을> 동인
 

yd19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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